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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마을, 해인리 찾아가기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C010104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여수경

[884번 버스를 타고 하대삼거리로]

김천역에서 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를 잠시, 버스정류장에서 해인리 가는 길을 물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 사람들은 고개를 몇 번 내저으며 자리를 피하기만 한다. 그런데 잠시 후 할머니 한 분이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해인리 가요? 왜 삼도봉 갈려고……. 근데 여기서 멀어…… 그 동네 버스 안 가. 하대리까지 가서 걸어가.”

그리하여 조사자는 8월 여름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2시간에 한 번 온다는 하대삼거리를 경유하는 버스를 발견하였다.

버스는 김천역 주변을 관광하듯 곳곳을 들른 후 서서히 외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잡한 김천시장을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버스 밖의 풍광이 한적한 시골 모습으로 바뀌었다. 감천을 따라 국도 3호선을 지나는 버스는 중간에 섰다 가기를 반복하면서 손님을 태우고 내린다.

자두마을로 알려져 있는 양각리를 지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언덕을 올라가자 오른쪽에 장승이 세워져 있다. 그곳을 지나자 도로는 급격한 내리막길에 들어선다. 이윽고 왼쪽으로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골프장 공사와 왼쪽 도로 확장 공사로 사방에 희뿌연 먼지가 날린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버스는 지례흑돼지마을에 잠시 머문다.

지례면사무소 길을 지나자 감천을 건너기 전 교량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버스는 부항면을 향해 우회전을 하며 다시 하천을 따라 올라가는데, 바로 부항천이다. 현재 부항천에는 김천과 구미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고 홍수 피해를 줄이는 한편, 하류 수질 개선과 하천 유지수를 공급하기 위해 부항다목적댐을 건설하고 있다. 부항다목적댐 건설로 새롭게 조성된 도로를 한참 따라가자 부항다목적댐 건설 현장 끝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렇게 버스를 탄 지 약 1시간이 지났다. 문득 해인리를 지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앞쪽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 물어 본다. 아직 멀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대삼거리에서 해인리까지]

종착역에 이르렀는지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짐을 꾸리기 시작하며 내릴 준비를 한다. 언제 내릴지 알 수 없어 등에 진 배낭을 풀지도 않은 채 엉거주춤 앉아 있던 조사자는, 이제는 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 얼른 엉덩이를 들어 일어섰다. 그러고는 버스의 손님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하자, 차례를 기다렸다가 제일 마지막에 버스에서 내린다.

막상 버스에서 내렸지만 어떻게 해인리를 찾아갈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류장에서 다시 할머니 한 분께 길을 묻자, 걱정스럽게 멀다는 말을 던지며 방향을 가리킨다. 멀다는 말에 잠시 침을 꼴깍 삼키면서, 그래도 얼마나 멀까라는 생각에 힘차게 발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조사자는 곧 노인들만 거주하는 이런 산골에 버스 한 편도 오지 않게 하는 행정에 불평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 부항면은 높이가 300m 이상 고지대이기 때문에 4월에도 눈이 온다지만 8월 한여름 햇볕은 비껴가지 않았다. 그렇게 불평을 하며 걸어 올라가는데 트럭 한 대가 옆에서 경적을 울렸다.

“오데 가요?”

“아, 예~~ 해인리요.”

“누구 집에 가는교? 누구 집 아요[자식이요]?”

“아, 그곳에 사는 것은 아니구요. 해인리 삼도봉에 놀러가요!”

“타슈.”

“감사합니다.”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다]

“저기 보이는 것이 삼도봉이요. 걸어서 올라가면 한 1시간 30분은 걸려요.”

트럭을 운전하시던 할아버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그렇게 트럭을 타고 오르기를 5분 정도 지나자 왜 버스가 안 들어오는지, 아니 못 들어올 수밖에 없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길이 생각보다 너무 좁았다.

그렇게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다 보니 마을의 입구로 생각되는 해인산삼랜드가 시야에 들어왔지만 트럭은 지나쳐 버린다.

“세워 주세요”라는 말을 채 던지기도 전에 오미자터널이라 적힌 길과 서낭당,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마을이 보인다.

해인리삼도봉을 비롯한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 아슬아슬하게 산들이 만들어 낸 계곡 사이에 터를 잡고, 자투리땅에 의지하며 생활하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회관에서 내리소.”라는 말을 던지고 할아버지가 트럭을 몰고 곡예를 하듯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는데, 길 좌우로 길게 늘어선 나무숲이 눈에 들어온다.

“호두나무요. 여기는 저 아랫동네부터 호두나무가 많아요. 영동호두가 모두 여기서 가져간 것이오.”

도시 촌놈이던 나는 껍질을 깐 호두만 보았기 때문에 호두가 나무에서 열리는지 땅에서 자라는지도 알지 못한 무식쟁이였다. 스스로의 무식함에 혼자 머쓱해하는데 트럭이 멈춰 선다.

“다 왔어요. 이 길로 가면 해인산장이 있고 삼도봉 올라가는 길이 있소.”

휑하니 말만 던지고 가 버리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에 몇 번인가 감사 인사를 하고, 비로소 마을로 눈을 돌려 본다. ‘해인동’이라 적힌 표지석과 함께 1층 단층 양옥으로 지어진 해인리 마을회관도 눈에 들어온다.

마을회관 아래로는 삼도봉에서 발원한 계곡이 지나가고 있었다.

[물소리 시원한 삼도봉 가는 길]

계곡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니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해인산장 표지판과 왼쪽으로 큰 바위가 보인다.

바위 앞에 서 있는 표지판을 보니 아들을 낳아 주는 고추바위라는 이름과 맞은편에 여근곡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바위의 생김새에 피식 웃다가 여근곡이라는 명칭에 한 번 더 웃게 된다.

해인산장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다시 오르니, 산의 입구에 해당하는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삼도봉을 향하는 갈림길에서 주춤거리자 초소를 감시하는 인상 좋은 아주머니께서 초행이면 왼쪽을 선택하라고 귀띔해 준다.

산행이 자신이 없던 필자는 수월해 보이는 왼쪽 시멘트 길로 향했다. 시원한 물소리를 배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를 몇 분, 오미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정보제공]

  • •  김광열(남, 1946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해인리노인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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