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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C020203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해인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여수경

[호두 수확하기]

9월이 넘어가면 삼도봉을 비롯한 산이며 골짜기의 나뭇잎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해인리 해인동에서는 빨강과 노란색 사이에 푸른빛이 도는 열매들이 눈에 띈다. 바로 호두나무에 달린 호두들이다. 9월이 되면 호두의 알은 굵어지면서 푸른빛을 띤다. 작은 주먹밥과 같은 크기의 호두알은 9월이 지나 추석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점점 알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추석이 임박하면 호두는 수확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알이 차서 저절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나무에 매달려서 가지를 휘청거리게 만든다. 이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호두를 따기 위한 준비를 한다.

호두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 명에서 최대 네 명이 한 조를 구성해야 한다. 나무에서 호두를 떨어뜨리는 사람과 아래에서 줍는 사람으로 한 조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 두 명은 있어야 호두를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명으로 구성되는 경우 작업의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보통은 호두나무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사람 한 명과 아래에서 줍는 사람 세 명으로 구성된다.

호두를 수확할 때는 먼저 나무에 오르는 사람과 아래에서 줍는 사람으로 업무를 분담한다. 보통 나무에 오르는 건 남자들 몫이다. 과거에는 맨손으로 나무를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다리를 타고 나무에 오른다. 그리고 호두나무의 Y자 가지에서 자리를 고정한 후 긴 작대기로 나무를 후려치기 시작한다. 이것을 가리켜 ‘호두를 턴다’고 한다.

호두는 일반적으로 두꺼운 녹색 껍데기에 쌓여 있기 때문에 작대기로 때려도 호두알에는 상처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수확기에 오른 호두는 나무에서 곧잘 떨어질 정도로 무거워서 작대기를 이용할 경우 생각보다 많은 호두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건장하고 힘센 남자라고 해도 하루에 호두나무 4그루를 털면 아주 잘 터는 축에 속할 만큼 호두 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과거 해인리에서는 품앗이나 두레 등의 활동을 통해서 호두를 수확했지만 현재는 하루 15만 원 이상을 주고 놉을 산다고 한다. 호두 터는 일이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기에 다른 일에 비해 하루 일당이 센 편이다. 실제로 호두를 털다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호두가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면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줍기 시작한다.

떨어진 호두는 피호두[녹색 껍데기로 쌓여 있는 상태] 상태에서 약 40~45kg 기준으로 한 가마니를 만든다. 호두나무 한 그루당 적게는 2가마, 많게는 3가마의 피호두가 나오는데, 피호두 3가마에서 일반적으로 알호두 1가마가 나온다.

[피호두에서 호두로]

나무에서 턴 피호두는 당장 껍데기를 까지 않고 일주일 정도 상온에서 놓아둔다. 이렇게 놓아두면 피호두의 녹색 껍데기 색이 바래지면서 물러지기 시작한다. 이 상태에서 피호두의 녹색 껍데기를 까게 되면 손으로 벗겨도 될 정도가 된다. 하지만 손으로 벗기지는 않는데, 녹색 껍데기에서 나온 물이 손에 묻거나 또는 옷에 묻게 되면 잘 지워지지 않고, 또 깨끗하게 벗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피호두 껍데기를 벗기는 일이 호두 터는 일보다 더 힘든 작업으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신발을 신은 채 발로 밟아서 껍데기를 벗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힘을 주면 알맹이가 부서지는 경우가 있기에 힘의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호두 터는 일과 함께 호두 껍데기를 깔 때도 품앗이로 노동력을 서로 제공했지만, 현재는 피호두 껍질을 탈피하는 기계가 있어 한결 수월하다고 김석우[1933년생] 씨가 말한다.

“까는 기계가 있어. 옛날에는 발로 다 비비 가지고 그렇게. 지금은 탈피 기계가 나왔어. 우리 마실[마을]에는 4대가 있어. 돌아가면서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사용한다]. 그거 정부 지원받아 가지고. 하나는 우리 집에 보관되어 있고, 다른 것은 윤호 집에, 두 대는 동네 꺼야.”

탈피한 호두는 물에 씻고 건조실에서 40℃로 약 이틀간 말린다. 건조실이 없었을 때는 일주일 정도 실외에서 건조를 시켰는데, 이때 날씨가 너무 좋을 경우 맛이 변질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정보제공]

  • •  김석우(남, 1933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 •  김성열(남, 1954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해인리 향우회 총무)
  • •  이윤호(남, 1957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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