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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A030104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개령면 동부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송기동

[동부리에 나타난 명아주지팡이]

“이기[이것이] 우짠기요?”

2009년 5월 8일 어버이날, 개령면 동부리 주민 김기환[1922년생] 씨는 난데없이 지팡이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허참, 누군지 몰라도 잘 갔다가 놓았네.”

그리고 그즈음 감문산 등산로 입구에 누군가 지팡이를 갖다 놓기 시작하였다.

[풀밭에서 피워 낸 김 면장의 동부리 사랑]

2008년 8월 개령면장으로 부임한 김병조[1959년생] 씨는 희망근로자들과 함께 명아주를 가꾸어 만든 청려장 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처음 개령에 와서 관내 마을을 둘러보는데, 동부2리 정원댁 집터 곳곳이 방치되어 온통 풀밭이더라고요. 유심히 보니까 명아주가 많은데, 옛날 어른들 말씀이 명아주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으면 중풍도 안 걸리고 좋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그길로 면사무소 직원, 희망근로자 분들과 함께 다른 풀은 다 뽑고 명아주는 비료를 하고 따로 키웠어요.”

개령면사무소 에서는 이렇게 키운 명아주를 가을에 채취해서 겨우내 말리고 껍질을 벗겨 지팡이 200여 개를 제작하였다. 그러고는 개령면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어버이날 선물로 제공해 지역 언론에도 소개되는 등 2009년 김천 지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명아주지팡이 아이디어의 주인공 개령면장 김병조 씨는 “절반은 동부리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만큼 동부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의미로 들렸다. 1959년 개령면과 이웃한 감문면 성촌리 북성마을에서 태어난 김병조 씨는 1979년 금릉군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래 2008년 8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개령은 고향에서 이웃 면이기 때문에 사정을 잘 알긴 하지만, 개령 사람들이 원래 인심이 후하기로 유명하고, 특히 면소재지인 동부리는 옛날 감문국 시대부터 도읍지이자 현청 소재지로 조선 시대 말까지 큰 마을이었기 때문에 숨겨진 역사가 많은 동네입니다.”

김병조 씨는 개령면장으로 부임한 이후 개령과 감문국의 역사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도 해 봤다고 했다.

“처음에 왔는데 안내판이 없더라고요. 제가 시청 건설행정계장을 할 때 도로 이정표 뒷면에 명승고적이나 특산물을 그려 넣어 호평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나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안내판 세우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리하여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동부리 곳곳에는 안내판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감문국 궁궐 연못인 동부연당감문산성, 내신정 등 세월 속에 묻혀 있던 감문국의 흔적들이 비로소 세상에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동부리에 아무리 훌륭한 역사가 과거에 있었다고 한들 후손들이 모르고 또 알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지요. 일단 우리 아이들이 먼저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김병조 면장의 주도로 개령면사무소에서 주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구로 안내판을 세워 나가자 처음에는 무덤덤했던 동부리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섰다.

[세심한 관심은 동부리 사랑으로 승화되고]

동부리 주민이자 향약소인 내신정 관리자 홍순채[1926년생] 씨는 지금도 2009년 봄에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한다.

“어느 날인가 면사무소에서 사람이 찾아왔는데 면장이랍디다. 개령향약은 이 마을의 자랑인데 향약소인 내신정을 관리해야 되지 않겠냐는 거예요. 과거에는 부임해 오는 면장마다 붙잡고 사정을 해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면에서 먼저 찾아온 거지요. 대나무를 싹 베어 내고 나니까 내신정이 훤하게 됐어요. 저 보시오. 내신정의 유래를 적은 안내판도 잘 세워 놨잖아요.”

홍순채 씨의 주름진 이마 아래로 흰 웃음이 솟는다. 김병조 씨의 마을의 역사와 주민에 대한 작지만 세심한 관심이 동부리를 더 훈훈한 마을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정보제공]

  • •  홍순채(남, 1926년생, 개령면 동부리 주민, 내신정 관리자)
  • •  김병조(남, 1959년생, 김천시 우방2차아파트 102-1006, 개령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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