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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B020103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
시대 조선/조선
집필자 최경호

[응봉산 기슭의 선조 묘]

연안이씨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는 원터마을응봉산 기슭에는 연안이씨 선조들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입향조인 연안이씨 이말정(李末丁)[연성부원군]의 묘가 아래쪽에 있고, 그 후손들의 묘가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역장(逆葬)의 형태이다. 이는 위에서 아래로, 즉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의 순서로 묘소를 안치시키는 일반적인 배열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며 조상들의 묘를 안치시킨 형태이다. 당연히 보편적인 형태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는 기피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이말정의 후손인 이철응[1945년생] 씨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해 주었다.

[굴묘의 수난을 면하기 위해 선택한 역장]

이말정의 현손 이호민(李好珉)은 좌찬성을 지내고 부원군으로 봉군된 인물로, 임진왜란 때 청원사(請援使)로 중국에 가서 이여송에게 원군을 요청하였다. 이때 이여송이, 압록강을 건널 다리를 조선의 관목(棺木)으로 만들라고 요구하였다. 즉, 무덤 속의 관을 꺼내 그 나무로 다리를 놓으라는 것이었다. 이는 조선에 뛰어난 인물이 많이 나서 중국을 넘보는 것을 막기 위해 명당의 혈(血)을 끊어 놓으려는 심산에서였다고 한다.

나라가 왜란에 처해 있는 형편이라 조정에서는 할 수 없이 굴총대감(掘冢大監)을 임명하고, 전국의 묘를 파서 얻은 관목으로 압록강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이때 응봉산 연안이씨의 묘는 그 화를 면했는데, 비록 금채락처(金釵落處)의 명당이지만 역장인지라 명당에 들지 못한다 하여 묘가 파헤쳐지는 수난을 면했다는 것이다.

[조상의 무등을 탄 후손들]

당시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굴묘 수난을 예측하여 무덤의 배열을 일부러 그리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역장의 형태에 관한 마을 주민들의 증언 속에는 묘소 배열이 특이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손자가 할아버지의 어깨에 올라앉은 듯한 무덤의 배열이 자손을 사랑하는 모습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원터마을과 마을 뒤의 묘소는 풍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평소에도 많이 찾는 곳이다.

금비녀가 떨어진 형상의 마을과 역장의 형태로 되어 있는 묘지를 보기 위해서이다.

통상적으로 역장은 원리를 거스르는 형식의 묘소 배치를 보여 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후손들이 발복(發福)을 하게 된 요인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를 찾기 위해, 혹은 이해를 하기 위한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평소에 풍수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와요. 자리를 보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역장이라고 말을 많이 해요.

통상적으로 내려오는 그런 관례를 파격적으로. 뭔가 하면 이 어른이 가장 윗대 어른이잖아요. 그런데 후손들은 대개 이렇게 내려가야 되는데 거꾸로 된 거예요. 이 어른이 아래고 후손들이 점점 다 위로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역장이고 해요.

통상의 관례에 거슬러서 장지를 잡았다 그러는데. 실제로 그렇잖아요. 이 어른을 빼고 다 뒤로 있잖아요. 저쪽에 있는 분, 저쪽 편에 저 비석 보이죠. 저분은 직강공이라고 이 어른의 장남이세요. 저분도 참판까지 하신 분인데 아까 봤던 이숙기, 그 어른은 경기도 쪽에 그쪽에 산소가 있고. 산소는 이쪽에 못 정했는데, 나머지 분은 다 이쪽에 계세요. 이거에 대해서 후손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불경한 것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요. 윗대 어른이 밑에 있고 후손들이 왜 위에 있느냐? 이것이 조상에 대한 불효가 아니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곳 마을 사람들과 후손들은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요. 왜 그러냐 하면, 생각을 바꾸면 되지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면 되죠. 다시 말해서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손자들, 아들들을 어깨에 무등을 태우고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것에 대해 오히려 좋게 보면 좋은 것이다. 얼마나 좋은 것이냐.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오히려 이것이 더 좋은 게 아니냐. 자손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덤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하는 차원에서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게 된 것이죠. 그럴 법도 하잖아요.”

[정보제공]

  • •  이순영(남, 1926년생,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 주민)
  • •  이철응(남, 1945년생,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 주민, 연안이씨 종손)
  • •  송기동(남, 1968년생,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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