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목차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B020203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
시대 조선/조선 후기
집필자 최경호

[학문적 열정의 상징]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되어 있는 방초정(芳草亭)연안이씨 문중 소유의 건물이다.

방초정은 원래 1625년(인조 3) 구성면 출신 유학자 이정복(李廷馥)이 지금의 위치보다 국도 쪽 가까이에 건립하였다.

이후 정자가 쇠락하자 1689년(숙종 15) 손자 이해(李垓)가 중건하였다.

이후 1727년(영조 3)에 다시 보수를 했으나 이듬해 무신란(戊申亂)에 파손되고 1736년(경종 3) 홍수로 유실된 것을 1788년(정조 12) 이의조(李宜朝)가 지금의 자리에 세 번째로 중건하였다.

방초정은 민흘림을 가진 원기둥으로 자연석 덤벙주초 위에 세워져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2층 누각인데, 정자의 중간에 온돌을 놓아 겨울에도 주변의 운치 있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2층 가운데 1칸을 방으로 만들어, 가운데 부분에 사이기둥을 세우고 벽을 쳐서 문짝을 달고 온돌을 놓았다. 온돌방을 위해 누마루 아래에는 방형의 축대를 세우고, 축대 위쪽에는 네모난 자그마한 아궁이와 반대편의 굴뚝까지 구비하였다. 한편, 2층에 문을 달아 이를 걷어 올리면 넓은 마루가 되고, 내려 닫으면 방으로 쓰이게 했으며, 사방에 난간을 둘렀다. 이와 같은 누각의 형태는 보통 방이 양 끝에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자의 내부에는 많은 시인과 묵객(墨客)들이 정자에 올라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찬미했던 시와 글씨들이 많이 남겨져 있다. ‘방초정’이라는 현판은 김대만의 글씨라고 한다.

정자 앞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으며 그 안에 두 개의 섬이 있다.

이처럼 독특한 정원의 형태는 조선 시대 정원 조경 연구의 좋은 자료가 된다. 한편, 방초정 앞 연못은 하수로를 통해 모아진 생활 하수와 빗물을 모아 정화시키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방초정원터마을 주민들에게 그들의 학문적 열정을 표상하는 징표로 인식되고 있다.

“이 마을은 예전부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지요. 여기 방초정은 이 마을의 그러한 전통을 상징하는 건물이지요. 우리들은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은 방초정이 명실공이 김천 지례 지역의 상징적 문화재라고 말한다.

“지금 보시면 방초정연안이씨 집안의 상징이고, 지례 땅을 상징하는 문화재로 인식되고 있지요. 과거에 저쪽 거창 쪽에서 김천으로 가는 큰길가에 있었는데, 지금도 웅장해 보이는데 그때는 얼마나 웅장하고 화려했겠어요. 연안이씨 집안을 과시하는 그런 상징물인 거죠.”

[사통팔달(四通八達) 방초정의 멋]

공간적으로 볼 때 방초정은 마을의 중심 시설로 마을의 전면을 향해 배치되어 있으며, 마을의 공간과 외부가 만나는 지점을 형성하여 원터마을 어디에서도 방초정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마을의 모든 길이 방초정으로 통하게 되어 있다.

“마을에서 방초정으로 다 통하게 되어 있지요. 뒤가 구린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방초정을 지나 마을을 드나들지요.”

이렇듯 주거지에서 마을 입구로 나가려면 방초정을 거치도록 도로가 배치되어 있어서 주민들은 자연스레 서로 접촉하게 되고, 이러한 빈번한 접촉은 마을 주민들이 강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그런가 하면 방초정은 향중의 회의를 주최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정자처럼 방초정 역시 처음 건립되었을 때는 아담한 정자의 모습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지금의 방초정은 훤칠한 누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가례증편』 간행 작업과 같은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사적인 기능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방초정은 여는 정자들과는 다른 멋이 있다.

대다수의 정자들이 홀로 드러내기보다는 주변의 경관과 어울리는 데 그 멋이 있다면, 방초정은 흡사 마을의 망루처럼 높아 보인다. 여느 정자들의 모습이 마치 책상 다리로 앉아 있는 자태라고 한다면, 방초정은 평지에서 허리를 곧추 세운 채로 선 듯한 누각의 모습이다.

‘방초’란 옛날부터 ‘꽃다운 풀’이란 뜻으로, 군자의 미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특히, 방초정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백일홍의 향기처럼 방초정의 주인은 사철 내내 이곳에서 은은한 군자의 미덕이 향기처럼 번져 가기를, 자자손손 그 향기라 이어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정보제공]

  • •  이순영(남, 1926년생,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 주민)
  • •  이철응(남, 1945년생,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 주민, 연안이씨 종손)
  • •  이응수(남, 1961년생,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 주민, 현 원터마을 이장)
  • •  송기동(남, 1968년생,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참고문헌]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