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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C020201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해인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여수경

[해인리 어디에도 있는 호두나무들]

부항댐 건설 지역을 지나 삼도봉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언제나 해인리에 도착할까 고민할 즈음 창문 밖으로 호두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내릴 준비를 하고 짐을 꾸려도 된다. 해인리에 이를 때쯤이면 차창 밖으로 호두나무 한두 그루가 눈에 띄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해인리의 아랫마을인 윗두대로 들어서면 이미 많은 호두나무가 군락을 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또 산 쪽으로 올라가기를 몇 분, 도로 옆 좁은 공간에 숨어 있는 호두나무가 눈에 보이고, 능선을 돌아서면 도로 양편으로 길게 늘어선 호두나무 길이 펼쳐진다.

호두나무 길을 지나 해인동으로 들어가 본다. 해인동에서는 딱히 호두나무가 군락을 이룬 듯 대규모로 심어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집집마다 한두 그루, 많은 집은 3~4그루가 심어져 있다. 하지만 마을 안쪽 삼도봉을 향해 들어가자 해인산장 입구 좌측에 호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잘 정비된 석축 밭두렁 안에 호두나무가 빼곡히 숨겨져 있다. 외관상 마을에 흩어져 있는 많은 호두나무와 비슷한 연령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해인동에서는 이렇듯 어디에서도 호두나무를 볼 수 있다. 딱히 호두나무를 찾으러 다녀야 할 필요도 없이 눈이 가는 곳마다 호두나무가 서 있다. 해인동에서는 다른 마을의 감나무만큼이나 흔한 것이 호두나무다.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호두나무의 이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막연히 100년 전부터 마을에 있었다고 전하는 것으로 보아, 호두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는 시간을 훨씬 뛰어넘는 오랜 옛날에 식재되어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호두나무가 이곳에 먼저 자리를 잡았고, 해인동 사람들은 그 뒤에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해인동에서는 호두나무와 마을 주민들이 누가 먼저인지 따질 것도 없이 서로 공생하며 존재하는 듯했다.

해인동에 호두나무가 많은 것은 호두나무를 재배하는 데 적지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호두나무의 식생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밤과 낮의 일교차다. 통상적으로 일교차가 10℃ 이상은 되어야 호두나무의 생육도 좋을 뿐 아니라 호두의 알이 꽉 차서 상품 가치를 가진다. 해인동뿐 아니라 삼도봉 아래 대야리와 충청도 영동 등이 호두 산지로 일찍부터 알려져 왔는데, 이곳의 호두는 다른 지역 호두에 비해 알이 차지고 맛도 좋아 상품으로 인정받았다고 전해진다.

[암수 따로 꽃핀 후 6월에 열매 맺다]

4월이 되면 해인동의 호두나무는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꽃을 피우는데, 호두나무는 하나의 나무줄기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수꽃은 멀리서 보면 나무에 벌레가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꽃의 형상과는 거리가 있다. 손가락보다 좀 더 길게 양쪽에 조그만 수술들이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수꽃이 크기가 있어 비교적 눈에 잘 띄는 반면, 암꽃은 그 크기가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작은 주머니같이 생긴 암꽃은 그 끝에 조그만 꽃대가 달려 있다.

하나의 나무에 암꽃과 수꽃의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외관상으로는 수꽃의 수가 훨씬 많아 보인다. 5월이 되어 시간이 지나면 수꽃은 길게 늘어진 양쪽 수술이 검어지면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반면, 암꽃은 조그만 주머니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는데, 호두알은 바로 이곳 암꽃 주머니에서 6월부터 움트기 시작한다.

[7년 후 맺기 시작하는 호두알]

묘목으로 심은 호두나무는 보통 7년이 지나야 호두를 수확할 수 있으며, 짧게는 5년 뒤부터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해인동의 호두나무는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에 심어져 있던 터라 특별히 수확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또한 고민하면서 관리하지도 않는다. 수확을 많이 하기 위해 병충해 약을 친다거나 관리를 위해 특별하게 하는 것은 없다. 그냥 도로변 또는 마당에 있는 호두나무를 놓아 둘 뿐이고, 호두나무는 자연스럽게 자라는 과정을 거친다. 일부 농가에서 상품 재배를 목적으로 집단 생산을 하면서 약을 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알을 맺기 시작하는 6월과 8월에 제한되고, 그리 많은 양을 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풍성하게 열매를 맺는 해인동의 호두나무가 조심해야 할 시기도 있다. 여름 태풍이 올 시기가 되면 해인동 주민들은 호두나무 아래에 있는 물건들을 치워 놓는다. 이는 호두나무의 뿌리가 매우 약해 강한 바람에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하지 않지만 강한 바람으로 호두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태풍 또한 피해 가는 산골에서는 그리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배경이 아마도 이곳에서 호두를 재배할 수 있게 한 숨은 조건으로 보인다.

[정보제공]

  • •  김석우(남, 1933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 •  김성열(남, 1954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해인리 향우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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