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술나무에게, 비나이다 비나이다(동역 동제)

비술나무에게, 비나이다 비나이다(동역 동제)

돋움 굴림 바탕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A010500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소이면 갑산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황경수, 고유리

마을 단위의 부락이 모여 있는 곳에는 아직도 한 해의 농사가 잘 되기를 빌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동제가 행해진다. 갑산리 또한 동역에서 동제가 열린다. 동제는 예전에 계속 해 왔다가 중간에 소멸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5~30년 전에 다시 부활되어 지금까지 전해내려 오고 있다.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다시 시작한 것으로 따지면 약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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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제

동제01

동역마을은 갑산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약 2㎞ 정도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갑산교’가 나온다. 갑산교를 따라 구부러진 길을 한참 따라 들어가면 고목들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제는 원래 길 쪽에 있는 고목에서 지냈는데 현재에는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는 나무에서 지낸다. 나무의 종류는 느릅나무 과에 속하는 비술나무로 수령이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될 만큼 가치가 높은 나무이다. 마을 사람들이 매우 소중하게 여겨 문화재로 만들려는 노력을 했으나, 아직 그 지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 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신성시 여겨지는 보호수로 동제를 지낼 때 그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나무인 것이다.

동역마을 노인회장 권오성 할아버지를 만나 동제의 시기와 제를 지내는 방법 등에 대해서 여쭤 보았다.

동제는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계속적으로 지내오다가 중간에 한번 소멸되었었지만 약 30년 전부터 다시 부활되어 지내고 있는 마을 제라고 한다.

“동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또 보통 시기는 언제 인지 좀 알려주세요.”

인터뷰

“이 고장의 동제는 옛날에 했었대요, 근데 중간에 소멸이 됐었어. 한동안 안 지내다가 지금으로부터 25년 내지 30년 전에 다시 시작이 됐습니다. 내가 한 제는 20년이 넘어요. 정확한 년도는 나도 잘 몰라요. 도중에 소멸됐다가 시작된 것이 30년 넘고, 활성화 된 것이 25년 정도 됐다고 보면 됩니다.”

동제는 매년 정월 대보름날 지내며, 시기는 대개 오전 10시 경에 지낸다고 말해 주었다.

동제를 지내기 하루 전부터 마을은 매우 분주하다. 마을회관에서는 동제를 하면서 쓸 제사 음식과 마을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마을 어르신들은 왼새끼를 꼬아 부정한 것을 막고자 금줄을 만들어서 동제를 지낼 나무 근처에 매어 놓는다. 금줄은 제를 올리기 전부터 마을 사람이나 그 마을에 방문한 사람들이 좀 더 조심할 수 있도록 한 조상들의 지혜인 것이다.

동제 나무

동제나무

동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제관은 예전에는 동네의 원로 중에서 뽑아 헌관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초헌을 대동계장, 아헌은 이장, 삼헌은 노인회장이 맡아서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현재 노인회장인 권오성 할아버지(77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었다.

“옛날에는 그 동네의 원로 되는 분이 흔관(헌관)을 했는데, 중간에는 미리 제관을 선정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없어지고 대동계가 있으니까 대동계장을 앞세워서 초흔(초헌)을 시키고 이장을 아흔(아헌)을 시키고 노인회장이 삼흔(삼헌)을 하고 그럽니다. 왜냐하면 노인이 어른이라고 해서 앞서도 되겠지만 대동계장이 책임이 있고, 젊지만 이장이 있고 노인회장이야 뒤에서 밀어주고 도와주고 하면 되니까 말이예요.”

동제는 마을의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인 만큼 그 비용도 동네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권오성 할아버지는 비용 마련과 진설품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동네에서 부담을 합니다. 대동에서 연말에 보고할 때 보면 얼마 들어갔다. 보고가 나오고, 진설품은 일반 제사 지내는 것과 같아요, 다만 다른 것은 돼지머리를 놓는다는 거 그것이 달라요.”라며 동제와 같이 마을에서 지내는 제사에서 사용하는 음식의 차이도 말해 주었다. 이렇듯 제에 올리는 진설품은 일반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이, 포, 과일, 시루떡, 밤, 대추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할아버지 말처럼 고사이기 때문에 돼지머리를 올리는 것이 특이한 것이다. 또 시루떡 위에 대접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대접에는 물이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의미예요?” 하고 할아버지께 여쭈니, “정화수입니다. 정화수는 옛날 어른들이 고사 지낼 적에 쓴다고 그러죠?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하는 뜻입니다.”

동제 상차림01

동제 상차림02

깨끗하고 맑은 물 한 대접을 올려놓음으로 인해 제를 올리는 모든 마음이 깨끗해지고 마을에 아무 탈이 없도록 비는 마음이 담겨진 것이다.

모든 음식이 차려지고 제관들의 의복이 갖추어지면 제사가 시작된다.

제복01

제복02

제복 갖춰입기

제의 진행을 이야기 하면 먼저 진설하고 진설이 끝난 다음에 진행하는 사람이 헌관과 집사 심부름 하는 사람을 시켜서 주로 삼헌을 하고 세 번 잔을 올린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동네 사람들도 술을 올린다. 주로 자신의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의미로 돈을 돼지머리에 꽂거나, 절을 하는 것으로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한동안은 동네에 무속인이 살아서 굿 비슷한 것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제는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므로 동민의 마음만이 담기면 된다고 생각하여 지금은 제사만 올린다고 한다.

동제02

동제03

동제04

마을 사람들의 절01

마을 사람들의 절02

마을 사람들의 절03

마을 사람들의 절04

마을 사람들의 절05

마을 사람들의 절06

제를 올리는 것 중 매우 중요한 대목이 바로 축문을 읽는 것이다. 축문은 현재 노인회장이 준비해 놓은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용은 ‘대동계장이 고한다는 말을 듣고, 동네 남녀가 건강하고 집집마다 복이 깃들이고, 농촌이니까 농사짓는 사람들이 대풍을 이루고, 동네가 평안하게 해 주십사 하는 것’이라 한다. 동제를 지내면서 마을사람들은 만복이 오기를 기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농촌을 지키며 살아가는 농민들의 소박한 소원을 담아 1년에 한 번씩 제를 올리는 것이다. 갑산2리 동역마을 동제는 마을 사람들의 많은 참여로 북적북적 하지만 숙연하고 소박하면서도 웅장한 미를 느낄 수 있었다. 동제를 다 올리고 난 뒤에는 동제를 지내고 남은 음식들과 또 마을 부녀회에서 마련한 밥과 국, 떡 등의 음식을 마을사람들이 나누어 먹고 정월대보름인 만큼 윷놀이를 한다고 한다.

축문01

축문02

축문읽기01

축문읽기02

동제05

동제06

동제07

동제08

앞으로 농촌은 점점 더 젊은이들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작은 소망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박한 의미의 동제가 더욱 활성화 되는 것도 아니고 현상유지만 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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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술나무에게, 비나이다 비나이다(동역 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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