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6015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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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음식물/음식물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집필자 | 오영주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지역에서 삶은 고둥을 주물러 우려낸 국물에 미역을 넣어 끓인 국.
[개설]
보말은 제주도 사투리로 고둥을 말한다. 서귀포 바다의 조간대에서부터 수심 20m까지의 바위나 돌덩어리에 흔한 것이 바다 고둥이다. 썰물 때 수시로 바닷가에 나아가 보말을 잡아 여러 조리과정을 거쳐 서귀포 지역 특유의 음식을 만들어왔다.
[연원 및 변천]
서귀포 사람들은 논과 밭의 땅이 전부가 아니라 바다 속의 땅도 밭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보말이 많이 잡히는 곳을 ‘보말밭’이라고 한다. 서귀포 속담에 “보말도 궤기여”[고둥도 고기다]라는 말이 전해온다. 비록 보말이 흔하고 하찮은 작은 조개에 불과하지만, 고기 섭취에는 그래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하찮은 보말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먹거리로 소중히 여기라는 충고이다. 오래전 먹을 것이 부족했을 당시부터 해안마을에서는 부족한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 보말의 역할이 컸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미역이 많이 나는 성수기 봄철에 보말을 잡아 미역과 함께 국으로 끓여먹어 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은 보말을 잡아 알맹이를 빼어내기 위해 노동력을 투입할 만큼 생산량이 많지 않아, 국거리로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는데 지역 음식점에서 상품화되면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만드는 법]
바다 고둥은 솥에 넣어 껍질째 삶은 다음 고둥을 꺼내고, 국물은 그릇에 따로 담아둔다. 삶은 고둥에 가는 꼬챙이를 속으로 찔러 넣어 내장이 상하지 않도록 돌려가면서 속살을 꺼낸다. 내장이 붙어있는 속살을 손으로 으깨듯 주물러 내장을 파열시킨 후, 고둥 삶았던 국물을 혼합하여 솥에 넣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생미역과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인 후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보말 속살을 참기름에 볶아 끓이기도 하고, 메밀가루 풀을 넣어 점성을 내기도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서귀포 바다의 조간대에 큰 돌이 깔려있는 머흘팟과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빌레밭이 있다. 바다밭의 원근에 따라 다른 종류의 보말들이 서식하여, 그 밭의 명칭도 보말의 이름을 따른다. 맨 위쪽에 위치한 윗밭에는 ‘댕겡이’와 ‘매기’[개울타리고둥]가 많다. 그래서 ‘댕겡이밭’ 또는 ‘매기밭’이라고 한다. 댕겡이는 보말 중에서 맛이 제일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큰 돌 밑에 무더기로 뭉쳐 있어 한꺼번에 많이 잡을 수 있었다. 그 다음 중간밭에는 해조류가 많이 자라고 ‘먹보말’이 많아 ‘먹보말밭’이라고 한다. 먹보말[구멍밤고둥]은 삶아서 바늘로 꺼내 먹거나 밥반찬으로 볶아먹는다. 그리고 조금 깊은 바다 속을 ‘수두리밭’이라고 하는데, 전복을 비롯한 ‘수두리보말’[팽이고둥]이 많이 서식한다. ‘수두리보말’의 채취는 해녀들이 담당하며, 이 보말은 미역국에 넣는 부재료로서 최고로 친다.
서귀포 어로세시 중 음력 3월 보름이 간만의 차가 가장 큰 날이다. 속담에 “삼월 보름 물찌엔 하우앙각씨 책갑 정 바당에 얼른다”[삼월보름 무수기에는 선비 부인 책갑지고 바다에 다닌다]라는 말이 있다. 속 뜻은 바다일이 서툰 선비의 부인도 이날만큼은 책갑(冊匣)을 지고 바다밭으로 내려갈 정도로 해물 채취에 극성스러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