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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A010104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개령면 동부리
시대 조선/조선 후기,근대/근대,현대/현대
집필자 송기동

[개령의 길지에 자리 잡은 부자 터]

2010년 여름날에 찾은 정원댁(庭園宅)에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백일홍이 잔치라도 벌인 듯 활짝 피어 있었다.

감문산 의 정기가 갈마골과 뒷고개를 타고 내려와 머문 곳. 그 형세가 학이 갓을 쓰고 있는 것과 같다 하여 이름조차 신비로운 산이 바로 관학산(冠鶴山)이다.

관학산은 예부터 큰 부자가 나올 명당 터로 알려져 왔는데, 산 아래인 동부리 80번지에 양천허씨 집안의 대저택이 자리를 잡았다.

양천허씨는 이웃하고 있는 단양우씨 집안과 함께 개령면 일대와 멀리 상주, 선산에 이르기까지 실로 엄청난 토지를 소유한 개령의 대부호였으니, 어쩌면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일설에 두 집안에서 매년 인마(人馬)의 통행을 금하고 인부들을 동원해 흙을 날라 감문산과 관학산을 연결하고 있는 뒷고개를 돋우었다고도 한다. 이것은 감문산에서 관학산으로 이어지는 뒷고개의 혈맥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으니, 명당 터를 지키려는 치열한 정성의 발로였던 것이다.

[이름도 아름다운 정원댁]

김천에서 선산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59호선에서 동부2리로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감문국 궁궐 연못으로 전하는 동부연당이 있다.

바로 이곳을 끼고 마을로 들어오면 유유테크라는 화장지 제조 공장이 나타나는데, 공장을 지나쳐 들어오면 관학산 자락에 작은 숲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정원댁으로, 일찍이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정원댁으로 불리며 개령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정원댁은 1954년부터 1959년까지 대법관을 역임한 허진(許瑨)의 생가로, 1700년대 말 허진의 선조가 건립하였다.

허진이 대법관에서 퇴임한 후 서울 우촌국민학교를 설립하고 말년에 학교 재단에 정원댁을 기증했기 때문에 지금의 정원댁은 학교 재단 소유로 되어 있다.

정원댁은 입구에 살구나무와 단풍나무를 시작으로 해서 거대한 Y자 형태를 한 소나무가 이방인을 압도한다.

수령을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이 소나무는 지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무수한 조경업자와 소나무 애호가들이 군침을 흘렸다고 전한다. 그 옆으로는 삼지창을 닮은 웅장한 잣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고, 용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무수한 돌덩이들이 흩어져 있다. 돌 중에서 반듯하게 깎이고 다듬어진 석축이 길게 드러나는데, 이곳이 바로 일제 강점기 때도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는 안채 터다.

[동부리 주민들의 추억이 서린 명소]

정원댁은 일제 강점기부터 전국에 알려져 원근 각지의 내방객들이 끊이질 않았고, 인근 학교의 소풍 코스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후손들이 타지로 떠나고 방치되면서 1970년대 말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본채가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단다.

정원댁은 대지 면적이 1853평[6115.70㎡]에 달하는 대저택으로, 원래 안채와 사랑채, 사당, 곳간, 행랑채, 측간, 대문채로 이루어져 있다. 정원에는 소나무와 백일홍, 단풍나무, 향나무 등 다양한 수종과 기암괴석을 이용해 탑을 쌓았는데, 특히 안채 뒤편의 관학산 자락에는 산의 능선과 굴곡을 그대로 살려 둔 채 연못과 우물까지 조성하였다.

온전히 보존되었더라면 조선 후기 조경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마을 주민들은 안타까워하였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정말 멋졌습니다. 마당에 들어서면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나무들도 많아서 별천지 같았는데, 사람이 안 살고 하니까 하나둘씩 나무도 캐 가고. 그러다 집도 무너져 뿌리고. 아이고, 이젠…….”

지금의 황폐화된 정원을 돌아보던 마을 주민 배현[1960년생] 씨가 지난날의 정원댁을 회상하며 아쉬움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동부리 주민들은 과거 정원댁이 상당한 재력에다 대법관까지 배출하며 명문가로 명성을 얻었고, 대를 이어 자선도 쉼 없이 베풀어 전국에서 방문객이 연일 끊이지 않았던 후덕한 인심을 가졌던 부잣집으로 추억하고 있었다.

[정보제공]

  • •  홍순채(남, 1926년생, 개령면 동부리 주민, 내신정 관리자)
  • •  배현(남, 1962년생, 개령면 동부2리 주민, 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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