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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A030102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개령면 동부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송기동

[쌀박사 배현 씨]

“털털털…….”

개령면 동부리 배현[1962년생] 씨에게 전화를 하면 항상 요란한 기계음이 먼저 들린다. 배현 씨는 김천 지역에서 가장 많은 벼농사를 짓는데, 그래서인지 처음 만났을 때도 트랙터를 타고 나왔다.

주민들 사이에서 쌀박사로 통하는 배현 씨가 동생 배언[1965년생] 씨와 함께 경작하는 논은 26만 4464㎡로 400마지기[8만 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벼 재배 면적이 15마지기[3000평] 미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나다.

배현 씨는 1962년 동부리에서 태어나 김천대학을 졸업한 후 군대를 다녀온 3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 골수 농사꾼이다. 25세 되던 해 부모님이 짓던 농사를 물려받았지만, 그것으론 성이 차지 않아 1990년부터 위탁 영농이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이젠 연간 순수익 7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김천 지역 최고의 벼농사 부농으로 성장했다.

[김천의 곡창지 개령들]

지금으로부터 1700년 전 사로국에게 멸망한 삼한 시대 왕국 감문국의 도읍지였던 개령면 동부리는 오랜 옛날부터 개령들, 동부들로 불리는 김천 최대의 곡창지이다.

동부리감문국 도읍지로 결정된 배경에는 감천이라고 하는 풍부한 수원과 북쪽에 자리해 모진 바람을 막아 주는 감문산이 병풍 역할을 해 주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감천 상류로부터 부단히 떼밀려온 퇴적물이 하류에 해당하는 동부리 일대에 쌓이면서 천혜의 비옥한 평야를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우리 쌀로 수입 쌀을 이긴다]

“수입 농산물 때문에 모두들 우리 농업의 장래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저는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친환경으로만 재배하면 먹거리는 분명 승산이 있거든요.”

금릉군 4H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현 씨는, 김천농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4H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옥[44세] 씨와 1990년 결혼한 이후 본격적으로 위탁 영농 시대를 개척했다.

“개령은 땅은 비옥하고 넓은데도 주민들이 나이가 많아서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어요.”

위탁영농회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배현 씨는, 열혈 청년으로 돌아간 듯 의욕이 넘친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논갈이와 모심기를 해 주고 벼농사의 부산물인 짚을 축산 농가에 공급하는 등, 배현 씨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영농법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리가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들에서 생산된 쌀이 옛날 감문국 임금님이 드셨던 쌀이 아닙니까. 앞으로 개령쌀을 브랜드화 해서 감문국 임금님 쌀로 이름을 지어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배현 씨는 1997년 8월, 인근 마을의 젊은 농부들을 모아 ‘GAP[Gap Agricultural Practices : 농산물의 생산과 수확, 포장, 유통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인정제도] 개령쌀작목반’을 조직해 할인 마트에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동부리에 존재했던 감문국이라고 하는 역사 자원을 쌀과 연결시켜 지역의 역사를 담은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포부도 밝혔다.

[역경을 딛고]

배현 씨는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시련도 겪었다. 1987년과 1992년, 2002년 세 차례의 수해로 감천 둑이 범람해 개령들을 덮치면서 논이 물에 잠겨 수확기에 접어든 벼가 모두 썩기도 했다.

“참 황당하대요. 요즘도 비가 많이 오면 겁이 납니다. 마당에 있던 장독이 없어졌는데 나중에 남의 지붕 옥상에서 찾아왔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비가 많이 왔다는 이야깁니까. 나중에 물이 빠진 후에 쓰러진 벼를 베는데, 먼지가 날려 깜깜한 밤중에 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덕분에 수천만 원짜리 콤바인이 못 쓰게 되기도 했어요.”

배현 씨는 2009년부터 어린모를 키워 농가에 공급하는 또 다른 모험을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집집마다 못자리를 따로 설치해 모심기를 하는 방식이었으나, 일손이 부족한 이웃 주민들을 돕고 부수입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마을 앞에 200평[661.16㎡] 규모의 육묘공장을 건립해 연간 3만 개의 모판을 생산해서 인근 마을에 공급해 주고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주문이 쇄도해 걱정이라고 했다.

“벼농사는 다른 농사에 비해서 면적당 수확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뭐래도 식량 아닙니까. 저는 다른 농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오로지 쌀농사만 짓습니다. 조만간 친환경 감문국 임금님 쌀이 전국 미식가들의 밥상에 오를 날이 있을 겁니다.”

배현 씨는 잠시도 육묘공장을 비워 둘 수 없다면서 논흙을 덮어 쓴 트랙터를 타고 개령들을 가로질러 달려간다. 김천 최고의 곡창 개령들의 전설을 이어 가는 배현 씨, 당신을 타고난 개령쌀 전문 농군으로 임명합니다!

[정보제공]

  • •  배현(남, 1962년생, 개령면 동부2리 주민, 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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