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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C010303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여수경

[남자의 성기와 같은 고추바위]

해인리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목의 해인산장 앞을 지나다 보면 눈길을 잡는 것이 있다.

어떤 이들은 수군거리며 웃기도 하며, 어떤 이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 어떤 이는 유심히 그 모양을 살피며 자세히 설명문을 읽는다.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각인각색의 표정을 지으며 지나는 것일까?

사람들이 보고 지난 자리에 서 있는 설명문에는 ‘고추방골의 남근석’이란 글귀가 또렷하다. 그 설명문이 가리키는 곳, 곧 해인리에서 삼도봉으로 가는 임도 왼쪽, 해인산장 입구 오른쪽에는 어른 키만큼 큰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두 개의 바위가 쌓여 있는 형태인데, 둥근 바위가 긴 바위를 누르고 있는 형상으로 거북의 옆모습을 닮기도 하였다.

그 형상이 발기한 남성의 성기와도 닮은 바위는, 둥근 바위의 둘레가 약 1m, 긴 바위의 길이는 약 3m로, 바위의 생김새 그대로 남근석(男根石)이라 불린다.

남근석이 자리하고 있는 골짜기를 고추방골이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 남근석은 우연히 그 형상만으로 생긴 명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구선[1926년생] 씨의 말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아들 놓으라고 돈도 던지는 바위가 지금도 있어요. 산장 밑에 내려오면 큰 방구[바위]가 있어요. 술 갖다 놓은 사람과 돈 갖다 놓은 사람도 있는데, 10원짜리 같은 것도 갖다 놓고…….”

[아들을 못 낳은 설움이 새겨진 바위]

해인리 사람들은 고추방골 남근석을 ‘고치바우[고추바위]’라 부른다.

어떤 연유에서 남근석을 고추바위라고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해인리 주민들 중, 특히 부녀자들 사이에서 이곳 고추바위에 빌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알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아들이 없던 사람이 와서 여기서 술을 놓고 빌어 머스마[아들]를 낳았어……. 그래, 그 아를 낳아 가지고 들고 왔더라고, 머스마를 젖 먹여 가지고 왔어. 그래 소문이 나가지고 모두 찾아온 거라.”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1세기인 현재도 결혼한 여자가 자식을 낳지 못하면 시댁이나 주변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전통 시대에서 결혼한 여자가 자식을 낳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일이었다. 더욱이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유교적 관념에서 자식, 특히 아들을 낳는 것은 한 집안의 며느리가 들어와서 가장 먼저 행해야 할 의무 중 하나였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아들을 낳지 못해 대를 끊어지게 한다면 그 며느리는 집안에서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도 죄인처럼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해인리고추바위는 아들을 못 낳은, 그래서 죄인처럼 지내야 했던 부녀자들의 설움이 묻어 있는 곳으로 보인다.

대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많은 서러움을 받았을 그녀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와 이곳에서 숨죽여 빌었던 것을 상상한다면 아련한 연민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기자(祈子)[아들을 낳기 위해서 비는 행동]는 개인이 취하는 정보에 한해 은밀하게 진행된다. 남자를 상징하는 물건이나 상징물을 몸에 가지고 다니면 아들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해 도끼를 몸에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있으며, 아들을 많이 낳은 여자의 속옷을 입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그녀의 속옷을 빌려 입기도 한다. 해인리에 자리한 남근석과 같이 그 형상이 남성의 성기와 유사한 곳, 특히 이런 곳에서 기자 행위를 한 뒤 아들을 낳았다고 전해지는 장소를 택해 정성을 다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행위는 공개적이기보다는 개인적이면서도 은밀하게 행해지며, 어떤 행위에 따른 효험으로 인하여 아들을 낳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를 알리게 된다. 해인리고추바위는 개개인이 바위의 형상을 통해 은밀하게 기자 행위를 행한 뒤 누군가가 아들을 낳게 되자 그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지고 상징적인 장소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믿음은 지속되고]

해인리고추바위는 과거 지나간 전설로 그 흔적과 이야기만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 둘, 머스마[남자아이 둘] 놨다고 또 새로 와서 절하고 그케 샀는데[그렇게 행하는데]. 시방도[현재도] 막걸리 한 잔씩 갖다 놓고 절해요. 지금도.”

김순남[1919년생] 씨의 말처럼 고추바위 주변으로 보이는 기도의 흔적들은 아직도 이곳에서 아들을 바라는 간절한 믿음에 대한 행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렇게 고추바위 이야기는 지속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고추바위를 등지고 호두나무 밭 너머 보이는 골짜기를 해인리 사람들은 여근곡이라 부른다.

두 개의 산이 만나 만든 골짜기의 형태가 여자의 성기와 유사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더불어, 고추방골의 고추바위와 마주보고 있어 남녀의 성행위를 상징하듯 고추바위를 여근곡이 감싸고 있는 형상이라고 전한다.

이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지명을 알린 김천문화원 송기동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었다.

고추바위해인리의 명물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보다는 외지에 있는 사람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어요. 마주보고 있는 곳이 바로 여근곡입니다. 고추바위를 여근곡이 안고 있는 형상이죠. 원래 고추바위만 마을에서 전해지고, 여근곡은 아는 사람 몇몇만 전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을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2008년도에 김천시가 주관한 ‘보물찾기를 통한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에 해인리가 참여하면서 발굴한 것이죠.”

고추방골의 고추바위가 여근곡으로 인해 효험이 더해진 것인지 고추바위에 대한 효험은 여전하며, 이곳에서 기를 받아 아들을 낳았다는 사람이 여럿 있다는 이야기를 해인리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정보제공]

  • •  김순남(여, 1919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 •  강구선(여, 1926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 •  서수생(남, 1936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 •  송기동(남, 1968년생,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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