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2C02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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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재민 |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
2010년 5월 해인리는 이제 막 푸른 꽃을 피우는 호두나무와 열매가 비대해지는 오미자, 푸른빛의 양파 등이 내뿜는 봄 내음[냄새]으로 따사롭다. 하지만 5월의 충만한 봄 내음보다 해인리를 더 따사롭게 감싸는 것은 해인리 향우회 모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다.
해인리 향우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열[1954년생] 씨의 말에서도 따듯한 고향의 정이 느껴진다.
“이렇게 향우회 하는 이유는, 이 동네에서 한 달을 살았든 두 달을 살았든 이 동네에서 떠난 사람을, 옛날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그 사람들을 초청해서, 그날 하루 마음껏 고향 정취를 느끼면서 하루 쉬어라는 의미에서…….”
해인리 향우회 모임은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2010년 기준 5월 2일]에 해인리 마을회관 앞에서 모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인리를 떠났던 사람들과 해인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함께 모임을 만들고 이어 가는 것이 해인리 향우회의 모습이다.
향우회의 조직은 회장과 총무 아래에 주민들로 구성된 회원들을 두고 있다. 향우회 전반의 일을 관할하는 회장은 보통 외지에 있는 사람이 선출된다. 반면 총무는 실질적인 실무자로 향우회 예산을 관리하고, 매년 향우회 모임을 준비하는 등 마을의 소소한 일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으로서 주로 마을 사람 중에 선출된다. 2010년 향우회 회장은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정태식[1942년생] 씨, 총무는 해인리에 거주하고 있는 김성열 씨가 맡고 있다.
향우회 운영을 위해 회원들은 별도로 회비를 납부한다. 회비는 1년에 2만 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정해진 납부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더 내는 경우도 있다.
해인리 향우회는 별도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연락이 없더라도, 외지에 있는 회원들은 5월 첫째 주의 아련한 추억을 기억하며 마을로 모여든다. 그리고 해인리 주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마을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향우회를 위해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고 김성열 씨는 말한다.
“우리 연락 안 해요. 근데 웃긴 것이, 연락 없어도 이맘때쯤 되면 마을 주민들은 청소하고 음식 준비하고 손님들 맞을 준비를 하는 거라[거예요]. 그리고 손님들도 날짜가 되면 버스 타고 막 오고 그래.”
이렇듯 해인리 사람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마을 주민 모두가 주최자이자 참여자가 되어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유쾌하게 향우회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2010년에도 향우회는 열리고]
해인리 향우회가 출범한 지 15주년을 맞은 2010년에도 5월 첫째 주 일요일[2일]에 푸른빛의 호두나무 꽃과 오미자를 배경으로 향우회가 열렸다.
특히 2010년에는 삼도봉오미자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호[1957년생] 씨가 특별히 향우회를 위해 돼지 한 마리를 준비하여 더욱 풍성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2010년 5월 2일 아침 9시가 되자 마을 주민들의 움직임은 부산스러워졌다. 향우회 총무인 김성열 씨와 젊은 농사꾼 이윤호 씨가 중심이 되고, 마을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까지 빗자루와 낫 등을 쥐고 주변 환경 정리를 하는 등 객지에서 오는 향우회 회원들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마을회관과 그 주변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이 정리되었으며,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고기를 구워 먹을 불판과 숯 등이 준비되었다.
오전 11시경이 되자 객지로 떠났던 반가운 사람들이 하나둘씩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밝은 미소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는 1년 동안 모아 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였다.
정오를 기점으로 마을회관 앞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향우회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그렇게 약 50여 명의 사람들은 마을회관 안과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술을 마시고 가무를 즐기는 등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불과 몇 년 전인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약 100~150여 명이 찾아와서 마을이 아주 시끌벅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원이 점점 줄어들어 2010년에는 50여 명 정도만이 마을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먹고산다고 바쁘다 본께 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 많이 아쉽지. 옛날에는 여기[마을회관 앞마당] 빽빽하이[밀집되게] 있었는데…….”
오후 4시경 마을회관 앞마당에서는 대구에서 온 정태식 회장의 인사 및 총무 김성열 씨의 해인리 향우회 1년 보고가 있었다.
아울러 마을 주민들 중에서 경사스런 일[예를 들어, 주민들 중 누가 결혼을 한다거나, 회사에서 승진을 했다거나 하는 일 등]이 있을 경우 이 자리를 빌려 마을 주민들에게 알리기도 한다고.
“○○댁 아들이 이번에 중령으로 진급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 모두 다 같이 축하해 줍시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향우회 일정이 끝나자, 외지에 사는 회원들은 2011년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과 고향을 떠난다는 아쉬움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정보제공]